::: 대한십팔기협회 :::


   
  이순신을 복권시켜라
  글쓴이 : 신성대     날짜 : 07-07-17 23:57     조회 : 5881    

신성대

전통무예연구가
도서출판 동문선 대표
전통무예십팔기 보존회 회장
국군전통의장대 십팔기 사범
인터넷 신문 [데일리안 경기] 논설위원


각 나라마다의 화폐를 보면, 그 민족의 성향을 어느 정도 엿볼 수가 있다. 우리나라는 세종대왕 · 이퇴계 · 이율곡 등, 모두 문(文)의 인물에 공교롭게도 이(李)씨 성을 가졌다. 성웅으로 받들던 이순신 장군도 어느 순간 밀려나 버리고, 1백 원짜리 동전엔 이름 없는 양반 얼굴 하나만이 달랑 남았다.

고(故) 정주영 회장이 1971년 울산 바닷가에 조선소를 짓기 전에 영국의 바클레이 은행 사장을 만나 거북선이 그려진 5백 원짜리 지폐를 보여주며 설득한 끝에 선박을 수주하고 차관까지 도입한 일화가 있다. 왜구를 물리치고 조선 입국의 선봉장이 되었던 그 거북선마저도 소리 소문 없이 슬그머니 치워 버렸다.

이제 독도는 누가 지키나? 물시계만도 못한 것이었나? 성리학이 그토록 이 민족에게 중요한 학문이었고, 두 유학자가 과연 그렇게까지 추앙받을 만한 인물인가? 누가 문민정부 아니랄까봐? 옹졸하기 짝이 없다.

예나 지금이나 역사가들은 한결같이 문(文)의 시각으로 역사를 기술한다. 팔은 안으로 굽는 법, 물론 그들도 문인(文人)이었을 테니 당연한 이치일 것이다. 그래서 항상 무사(武事)에는 냉담하거나 심지어 가혹했고, 문사(文事)에는 지나치게 관대하고 미화하는 습성이 있다. 고려의 무신 정권은 몹쓸 모리배 취급을 하여 나라를 망친 원인으로 기술하고 있다.

거대한 몽고를 상대로 일곱 차례의 항쟁을 벌인 것이 잘못되었단 말인가? 문신 정권이었으면 결코 몽고에 굴복하지 않았을 것으로 생각하는가? 아니면 이왕 항복할 거 처음에 곧바로 했더라면 백성들이 덜 고통 받았을 것인가? 무신 정권이 그토록 끝까지 항쟁하지 않았더라면, 비록 항복은 했지만 부마국으로서의 지위마저 누릴 수 있었겠는가?

고려의 무신 정권에 비하면 조선은 문신 정권이었다. 무치(武治)로 건국 초기의 기반을 다진 태종에 대해서는 냉담하고, 문치(文治)의 기틀을 세운 세종에게는 역사상 최고의 성군으로 받들고 있다. 이후 왕은 꼭두각시로 만들어 놓고, 문신들의 입씨름에 바람 잘 날이 없었다. 결과는? 한번 제대로 싸워 보지도 못하고 나라를 팔아먹지 않았는가? 그 덕에 수많은 백성들의 생명을 구할 수 있었다고 기술하지 않은 것이 천만다행이다. 역시 문신의 횡포에는 한없이 관대하다.

현대사에서도 이 버릇은 똑같이 나타난다. 이승만의 문민 독재에는 관대하고, 박정희의 무인 독재는 도무지 그냥 두고 볼 수가 없단다. 그렇지만 5공 군부 독재에 대해서는 입도 벙긋 못한다. 아직 살아 있으니 잘못 건드렸다간 핏물 튀길까봐? 오히려 선거철이면 성황신 모시듯 대권후보자들이 앞 다투어 머리를 조아리며 헤픈 웃음으로 표를 구걸하고 있다. 하지만 머지않아 그 주범들이 죽고 나면 어떻게 물어뜯을지 상상이 가지 않는가? 이게 비겁한 일이 아니면, 용감한 일은 또 무엇이란 말인가? 신념이니 줏대니 하는 것은 고사하고 염치마저 눈을 씻고도 찾아볼 수 없는 인물을 또 지도자로 뽑을 수밖에 없을 것 같다.

객담이지만, 만약에 칭기즈칸 · 알렉산더 · 나폴레옹 · 항우 · 유비 · 관우 · 장비 · 조조 · 노부나가 · 히데요시…… 이런 영웅호걸들이 이 땅에 태어났었더라면 어떤 역사적 평가를 받았을까? 아마도 대부분 임꺽정이나 정중부 이상 대접받기는 힘들었을 것이다. 산천을 피로 물들이고 백성을 도탄에 빠지게 한 도적놈 정도로. 이 땅에서의 전쟁이나 난(亂)은 역사의 오점이자 전염병 쯤으로, 영웅은 한낱 문제아로 취급될 뿐이었다. 그래서 국사(國史)가 재미없는 것이다. 역동적인 힘(力)을 느낄 수 없는 역사책이 국민을 맥 빠지게 한다.

5만원권, 10만원권 지폐 발행을 고려해야 한다는 목소리에 벌써부터 화폐에 들어갈 인물로 장영실 · 신사임당 등이 거론되고 있다. 물론 훌륭한 분들이긴 하지만, 점점 문약(文弱)해져가는 지폐가 이 나라의 미래를 예감케 하는 것 같아 속내가 영 편치 않다. 심지어 월드컵 4강의 기적을 도안해 넣자는 제안도 나오고 있다. 답답한 현실에 그나마 한참 지난 축구경기에서 위안을 찾으려는 기분을 이해 못하는 것은 아니지만 이건 너무 지나치다. 누군가가 이를 들먹여 뭔가를 만회해보고자 하는 역겨움까지 배어나온다고 하면 너무 지나친 반응일까?

화폐에는 그 나라의 상징적인 훌륭한 인물이나 문화유산을 도안화하는 것이 마땅하다. 나라의 체면이 걸린 문제이다. 그런데 우승도 아닌 고작(남의 나라에서 볼 때) 4강이 그토록 우리민족에게 위대한 일이었나? 말 그대로 기적이었으니 다시는 4강에 오를 자신이 없다는 건가? 혹 나중에 2강이나 우승까지 하게 되면 그때는? 그래도 잊을 수가 없어 그렇게 하고 싶다고? 이제까지 여러 번 우승한 나라 사람들이 한국을 우습게 여기지 않겠는가? 좋다, 그것도 감수하자. 그런데 4강의 일등공신은 누구던가? 히딩크를 앞세운 골잡이들의 초상이 그려진 고액권 지폐! 속 좁게 히딩크를 빼고? 아니면 시청 앞에 모인 붉은 악마들? 그리고 분명한 것은 2002월드컵은 한일 공동개최였다. 우리의 기분은 이해하지만 그걸 드러내놓고 자랑하며 알아봐주길 바라는 것은 아무래도 철이 좀 모자라는 것 아닌가?

준결승에도 오르지 못한 야구경기에서 일본과 미국에게 연거푸 이겼다고 온 국민이 들떠서 한창 경기 중에 프로선수들 병역면제 시켜주는 기분파 나라 아닌가! 신성한 병역 의무를 스포츠 스타들의 보너스 상품 정도로 밖에 여기지 않는 나라! 축구공으로 동북공정을 막고 야구공으로 독도를 지키나? 제발 이제 자기도취에서 깨어나 냉정하게 세계를 바라보자! 스포츠든 경제든 정치든 외교든 말이다. 끝없이 되풀이 되는 주사위놀음에 지나지 않는 스포츠 경기에 정신을 다 팔아도 될 만큼 이 나라가 한가한가? 스포츠는 스포츠일 뿐. 설사 우승을 했다 해도 마찬가지이다. 세계대회 우승이 곧 우리의 체력이나 국력의 과시도 아닐뿐더러 우리의 소망도 아니다.

제발 이번에는 이순신장군을 복권시켜라! 또 김구 · 안중근 · 윤봉길 등 독립투사들의 초상이 든 지폐도 가져야 한다. 그래서 진정한 자주 독립 정신을 기렸으면 한다. 이토 히로부미가 그려진 일본지폐를 보고 오기를 부리자는 것이 아니다. 우리에겐 그래야만 하는 당연한 이유가 있지 않은가? 그도 저도 아니면 단군 초상이라도 넣어 이 민족을 하나로 묶어주길 염원해보던지. 진정 우리가 원하는 것이 바로 이런 것이 아니었나?

지난 5백 년 동안 고착화된 우리 민족의 이러한 문(文)의 성향, 무(武)의 결핍은 언제든지 외세를 끌어들이고, 주변 국가의 침략을 유도할 개연성을 지닌다. 과거 구한말이 그러했고, 지금의 6자회담이 그러하다. 무(武)의 정신으로 이러한 문화적 구조를 과감히 개조해 나가지 않으면 굴종의 고삐를 영원히 끊지 못할 것이다. 남의 나라를 침략하는 일이 나쁜 것은 아니다. 외침의 빌미를 제공하고, 스스로 그 적을 물리치지 못하는 것이 부끄러운 일이다.

<이 글은 인터넷 신문 데일리안에 연재중인 칼럼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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