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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무덕(武德)-武의 문화, 武의 정신》을 펴내며
  글쓴이 : 신성대     날짜 : 07-07-17 23:48     조회 : 5048    

조선 왕조 5백 년을 거치는 동안 무(武)와 무예 정신(武藝精神)에 대한 인식이 (문화․철학 등 모든 방면에서) 거의 결여되어 있으며, 일반인은 물론 심지어 무예인들조차 상식적인 것도 모르고서 만화며 영화 등을 만들어내 실소를 자아내게 하고 있다. 물론 과거 봉건시대, 또는 그 이전의 가치관과 정신을 그대로 살려 오늘의 법도로 삼자는 것은 아니다. 시대에 따라 그 가치관이 바뀔 수밖에 없을진대, 옛것을 고집한다는 건 어리석은 일인 것이다. 다만 지난 시대의 유물, 혹은 현대에서의 오락 또는 볼거리, 그리고 호신술 정도의 가치밖에 못 느끼는 일반인들이라도 무예에 대한 상식을 좀 이해하여 주었으면 싶다.

비록 5백여 년 동안 잊고 있었지만, 우리 민족의 핏속에는 진취적인 무예 정신이 녹아 있다. 그것은 우리 민족 정신의 무한한 자양분이다. 이런 내재된 무(武)의 기질이 바르게 어떤 행동으로 표출되지 못하고, 변칙적으로 발산되면서 여러 가지 바람직하지 못한 국민성으로 나타나는 것은 아닐는지. 아무튼 문무(文武)의 균형을 잡는 일이 무엇보다도 시급한 일이라고 생각되어졌다.

시중에 나와 있는 여러 무예에 관한 책들과 학계의 논문들을 보면, 대개의 무예들이 자신의 역사적 근거와 철학적 논거를 댈 적에 천편일률적이다. 거의 모두가 고구려 고분 벽화에 그 뿌리를 두고, 단군 사상과 OO, 불교 사상과 OO, 유교 사상과 OO, 동학 사상과 OO, 도교 사상과 OO 식이다. 그게 그 말인 것을 똑같이 가져다가 억지 춘향이 격으로 연결시켜 놓고 있다. 견강부회도 아니고, 도무지 무슨 말인지 황당하기 짝이 없다. 신흥 종교의 교리만도 못한 것 같은데, 그게 어찌 박사학위 논문이 되는지? 이런 글들이 쏟아져 나오는 바람에 진지한 연구를 오히려 막고 있는 듯한 느낌이 든다.

여러 가지 예(例)를 고사(故事)나 먼 곳에서 찾지 않고, 가까운 데서 많이 가져다 썼다. 현실감을 높이고자 한 것도 있지만, 필자의 게으름이 더 큰 몫을 했다. 이에 직접적으로 관계 있는 분들은 매우 언짢아하실 것 같아 죄송한 마음에 진심으로 용서를 빈다. 또한 저 잘난 체하기 위해, 평소 남 탓하지 말고 너나 잘하라는 두 분 스승님의 말씀 안 듣고 되레 그분들의 유명(有名)을 팔았으니 죽을 죄를 지었다.

일일이 주석을 다 달지는 못했지만, 참고 문헌으로 나열한 책들에서 요약하거나 그대로 옮겨다 놓은 부분도 적잖다. 이 책으로 부족함을 느끼고 좀더 관심을 가지신 분들께 참고 문헌을 꼭 읽어보시길 권한다. 이 역시 널리 수많은 문헌들을 찾아 좀더 명확한 논리를 대어 설명했어야 함에도 불구하고 필자의 게으름으로 이왕 책꽂이에 꽂혀 있는 몇 권의 책만을 참고로 온갖 이야기를 억지로 꾸며 보았다. 주제 하나하나마다 옛 사람들의 생각을 널리 고구해서 제대로 된 논술을 했어야 하지만, 거기까지는 아무래도 필자의 역량이 미치지 못하고, 또 주제넘는 일이라 여겨 두서없는 채로 원고를 넘겼다. 생전 처음 해보는 글쓰기인데다 욕심을 부려 너무 많은 주제를 산만하기 그지없게 늘어놓았다. 부디 너그럽게 봐주시길 빌 뿐이다.

이 글 이외에도 무예와 전통 무용․무예철학․무예미학․양생․공법…… 등에 대해 언급하고 싶었고, 또 앞서의 글들을 좀더 깊이 있게 다루고 싶었다. 그렇지만 처음부터 상식선에서만 다루기로 했던데다가, 너무 많은 것을 다루는 바람에 심도 있는 이야기를 하지 못했다. 특히 양생에 관한 좋은 말들은 괜히 뱉어 그 뜻이 제대로 전달되지 못하고, 시중에서 건강 상품 포장지로 둔갑하는 경우를 하도 많이 봐왔기 때문에 언급을 자제했다. 그리고 무엇보다도 자칫 스스로 경험하지도 못했고, 또 자신할 수 없는 온갖 말들을 주워 섬길까봐 두렵기도 하여 그냥 비워두었다.

대부분의 이야기들은 모두 이 분야의 상식적인 것들이다. 어영부영하다 보니 벌써 후배들 챙겨야 할 나이가 되어, 평소 묻는 말에 일일이 대답해 주기도 번거로워 아예 묶어서 건네야겠다는 생각에 시작한 일이었다. 󰡐왜 무예를 배우려 하는가?󰡑 그리고 󰡐하필이면 왜 십팔기인가?󰡑 혹여 무예에 입문하는 이들이 이 글로 인해 󰡐무예란 이런 것이구나󰡑 하는 생각을 가지고 시작했으면 욕 얻어먹는 보람이라도 있지 않을까 싶다. 더하여 초등학교 과정에서부터 무예를 가르치면서 아이들에게 호협심과 영웅심을 길러주고, 또 각 대학 체육학과에서 무예학을 정식 과목으로 받아들여 연구해 주었으면 하는 바람도 가져 본다. 또한 무예를 단순히 몸을 움직인다 하여 체육학적으로만 볼 것이 아니라, 문화적․철학적으로도 조명해 주었으면 한다.

그렇지만 󰡒쉽게 한 일 실패가 많고, 많이 한 말 실수도 많다 (多易多敗 多言多失)󰡓고 했다. 원고의 잉크가 채 마르지도 않았는데 벌써 후회가 된다. 안해도 될 말, 해서는 안 될 말도 많아 버린 원고 또한 많다. 글쓰기가 칼쓰기보다 더 잔인하다는 사실을 절감했다. 그리하여 이것저것 다 빼고 나니 이번에는 또 원고가 얼마 되지 않아 다시 몇 편을 집어넣기도 하였다. 소갈머리 다 들여다보이는 것 같아 부끄럽기 짝이 없다.
                                                      2006년 4월 辛成大