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대한십팔기협회 :::


   
  해범 선생의 심오한 무예 세계를 더듬는다.
  글쓴이 : 심우성     날짜 : 07-07-17 23:46     조회 : 6501    

내가 처음 해범 선생과 만난 계기는 우리나라 전통무예의 족보라 할 《무예도보통지 실기해제》를 함께 하면서였다. 그리고는 뒤이은 선생의 저술인 《권법요결》과 《본국검》에서도 어쩌다 서문을 쓰다 보니 참으로 막중한 무예 세계의 변두리를 서성인 셈이 되었다.
 해범 말씀이 이번에 출간하는 《조선창봉교정》이 일단은 「무예도보통지의 부문별 실기해제」의 마무리라 하지만 나의 생각은 다르다. 이제껏 펼친 부문별 실기해제의 바탕 위에 논리적 철학적 전개가 이루어져야 하겠고, 이 일은 해범이 아니면 감당할 인사가 없다고 보기 때문이다.
 《조선창봉교정》의 내용을 잠시 살펴본다.
 고대 개인 병기 중 장병기에 속하는 장창(長槍)․죽장창(竹長槍)․기창(旗槍)․당파(鏜鈀)․낭선(狼筅)․곤봉(棍棒)․편곤(鞭棍)에 대한 이론과 그 실기를 해설하고 있다.
 제1장에서는 장병기의 기본 원리, 병기를 제어하고 운용하는 수법(手法)인 파법(把法), 병기로써 몸을 감싸 돌리는 무화(舞花), 무예 동작의 완성을 위한 보형(步型)을 설명하고 있다.
 제2장에서는 모든 병장기 사용법의 기초가 되는 곤법(棍法)의 기본 원리를 설명하고 있다.
 제3장에서는 창법의 원리, 창을 잡는 파법(파법), 파법의 종류, 공격과 방어의 원리, 기본 동작을 설명한다.
 제4장에서는 각종 장병기를 실제로 운용하는 투로를 도해와 함께 자세히 설명한다. 장창(長槍)․죽장창(竹長槍)․기창(旗槍)․당파(鏜鈀)․낭선(狼筅)․곤봉(棍棒)․편곤(鞭棍)은 《무예도보통지》에 실린 투로를 해설하고 있으며, 장봉(장봉)과 단곤봉(단곤봉)은 해범 자신이 일평생 배우고 익힌 것들 중 가장 기본적인 동작들로 이루어진 투로로서 독창적으로 창안한 것들이다.
 무예란 목숨을 다루는 것인 만큼, 그 엄밀함에 있어서는 머리카락 한 올의 빈틈과 섬광 같은 찰나적인 태만을 허용치 않는다. 이는 반드시 무기를 들고 상대와 겨룰 때만 해당하는 것이 아니라, 무예인으로 살아가는 일평생의 자세가 그러하다는 말이다.
 이번 이 책 역시 단 한 자를 더할 수도 뺄 수도 없을 만큼 그 이론과 실기가 정밀하여 시종일관 시퍼런 칼날 위를 걷는 것 같은 긴장감을 느끼게 한다. 진실로 무예서란 바로 이런 것이겠다 싶다. …(중략)… 갈수록 그 깊이를 헤아릴 길 없다. 기회를 보아 그의 인생관과 무예관을 함께 정리하여 보고 싶은 욕심이다.
 각설하고, 우리나라의 전래무술은 병가무술(兵家武術)과 도가무술(道家武術)로 크게 나누고 있다. 물론 이밖에도 불가무술(佛家武術)을 비롯하여 여러 갈개의 자취가 없는 것은 아니다. 병가무술이 병장기를 주로 하면서 실제 전쟁에 활용된 것이라면, 도가무술은 심법(심법)에 의한 권장술(권장술)을 위주로 하여 심신의 수련으로 그 맥을 이었다 하겠다.
 실상 이렇게 나누기는 했지만, 실제로 위의 두 무술은 필요에 따라서는 서로 밀접히 왕래하기도 하였음이 우리의 무예사나 종교사를 통하여 짐작하게 되는 것이다.
 예로부터 이 땅에 전해 내려온 ‘도(도)’는 주체적인 종교 내지는 사상으로 수용되면서 ‘도가(도가)’라는 이름으로 독자적인 맥락을 이룩하고 있음을 우리는 알고 있다. 현실을 극복하는데 앞장서기보다는 한걸음 뒷전에서 응시한 것으로 해석하는 것이 보통의 인식이지만 실제로는 삼국시대 이래 고려, 조선왕조, 그리고 현재에 이르기까지 사상과 무예 양면에서 단단한 뒷받침을 하고 있음을 발견하게 되는 것이다.
 해범 선생과 관련된 여러분들의 인맥이 다행히도 《무예도보통지》의 실기를 재현하는데 큰 공헌을 하고 있음을 미루어 이러한 생각이 더욱 굳어지는 것이다.
 해범 선생! 전통무예의 터닦음을 위한 당신의 과업은 아무래도 이제부터가 아닌가 합니다. 부디 지치지 마시고, 아니 이 《조선창봉교정》으로 마무리 한다 마시고 내친걸음으로 매진하여 주시기 바랍니다.
                            2002년 6월 심우성(공주민속극박물관장, 문화재위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