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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민족무예의 나아갈 길을 제시하는 지침서 《본국검(本國劍)》
  글쓴이 : 심우성     날짜 : 07-07-17 23:45     조회 : 6527    

해범(海帆) 선생이 《권법요결(拳法要訣)》이라는 이론을 바탕으로 한 권법의 소상한 지침서를 내놓은 것이 1992년의 일이었다. 그것은 우리 민족의 역사적 유산인 《무예도보통지》를 기본으로 삼아 전통무예의 전반을 한 항목씩 분석․해제․재현코자 한 첫발자국이기도 했다.
 실은 오늘의 무예계가 혼돈을 거듭하는 가운데 《무예도보통지》의 존재가치마저 왜곡하려 드는 와중에, 그의 실체를 확인해준 《권법요결》의 존재는 이제부터 우리 무예계가 걸어가야 할 이정표로서의 구실을 했다.
 그로부터 3년이 지난 오늘, 해범 선생은 다시 《본국검(本國劍)-조선검법교정(朝鮮劍法敎程)》이라는 그의 두 번째 노작을 내놓고 있다. 무예의 정의를 내림에 있어 역시 무덕규범(武德規範)을 앞세우고 있는 해범의 무예관(武藝觀)은, 오늘의 검도계(劍刀界)가 민족무예로서의 맥을 잡지 못하고 있는 이때에 시의적절한 쾌저라고 하겠다.

 ……무예에서 반드시 지켜야 할 도덕규범은 무덕(武德)을 숭상하고, 몸을 강하게 하며, 성(性)을 기르는 것이다. 무덕은 상무숭덕(尙武崇德)의 정신을 가리키며, 무예계에서 공통적으로 신앙(信仰)하는 일종의 언행에 관한 준칙이다. 예로부터 무(武)를 익히는 사람은 무덕에 따라 심신을 수양하고, 행동거지의 규범으로 삼았으며, 선악을 판별했었다…….

 위의 짤막한 언급에서도 해범 선생의 무예에 대한 인식은 모름지기 신앙의 차원임을 일깨워 준다.
 전5장과 부록으로 이루어진 순서를 대별하면 다음과 같다.
 제1장 <개요>에서는 무예의 참뜻을 되새기면서 검(劍)과 도(刀)를 분별하고 있다.
 제2장 <기본 원리>는 먼저 기법(技法)의 원리를 음양의 논리에 적용하는 가운데, 안법(眼法)․수법(手法)․신법(身法)․보법(步法)으로 나누어 각기 적절한 운용법을 제시하고 있다. 이어서 검의 자루를 잡는 방법인 파법(把法)과 검을 잡지 않은 다른 한 손인 배수(配手)의 운용법을 비롯하여 ‘검법의 기본 원리’를 살피고, ’수련시의 유의사항‘을 상세히 기록하고 있다.
 제3장 <기본 검법>은 검(劍)․도(刀)의 각 구조와 부위의 명칭을 먼저 살피고, 보형(步型)과 보법(步法)을 판별하고, 연법(練法) 순서, 그리고 격법(擊法)․자법(刺法)․격법(格法)․세법(洗法)의 기본 사법(四法)의 분류․분석한 다음, 초학자를 위한 비교적 알기 쉬운 기본적인 세법(勢法)으로 이루어진 육로도법(六路刀法)을 설명하고 있다.
 제4장 <조선검법24세>라 했음은, 《무예도보통지》가 출간되기 전에 명(明)나라 사람 모원의(矛元儀)가 집찬(輯撰)한 《무비지(武備志)》 가운데 <권86 검편(劍篇)>이 조선의 검보(劍譜)에 따른 조선세법임을 명기(明記)하고 있어, 전통적 민족무예의 맥락을 재확인하는 작업의 일환으로 <조선검법24세>라 했음을 부언하고 있다. 여기에 수록되어 있는 거정세(擧鼎勢)를 시작으로 횡충세(橫衝勢)에 이르기까지, 24세의 내용은 체통있는 민족검법을 되찾는 더없는 단서가 되어 줄 것임은 말할 나위 없다.
 제5장 <투로(套路) 도설(圖說)>에서는 본국검(本國劍)․예도(銳刀)․쌍수도(雙手刀)․제독검(提督劍)․쌍검(雙劍)․월도(月刀)․협도(俠刀)의 실기를 동작 그림으로 도해하고 있는 바, 《무예도보통지》에 따른 검법(劍法)과 도법(刀法)의 이론을 겸한 실기도해(實技圖解)라는 점에서는 최초의 시도라 할만하다.
 부록에는 <내장(內壯) 외용(外勇)>․<무언(武諺)>과 참고자료로서 《무예제보(武藝諸譜)》의 <검보(長刀)>, 《무비지(武備志)》의 <조선세법(朝鮮勢法)> 및 《무예도보통지》의 각 겁법의 원보를 그대로 실었다.
 <내장(內壯) 외용(外勇)>은, 검법 연습에 기초가 되는 기본공(基本功)의 훈련을 내장세(內壯勢)와 외용세(外勇勢)로 나누어 순서를 잡이 설명한 것이다. <무언(武諺)>은 역사적 슬기를 담은 일상생활 속의 속담과 마찬가지로 무예계에 전하고 있는 속어(俗語)인데, 짧은 어구(語句)이지만 무예의 기본정신과 나아가서는 수련의 방법까지를 일러주는 것이니, 무예인 누구나 가까이 좌우명(座右銘)으로 삼을 만한 것들이다. 《무예제보》는, 우리 민족무예에 관한 대표적인 옛 문헌이라 할 《무예제보》․《무예도보통지》․《무예신보(武藝新譜)》 가운데 하나로서, 그 중 검보(劍譜) 부분만을 참고자료로 게재한 것이다. 아직 밝혀지지 않은 《무예신보》도 발견되었으면 하는 마음 간절하다.
 《권법요결(拳法要訣)》에 이은 해범 선생의 두 번째 저서인 《본국검(本國劍)》의 내용을 보면 단병기(短兵器)인 검(劍)과 도(刀)만을 다루고 있다. 창(槍)․봉(棒) 등 장병기(長兵器)를 다룰 다음 저서도 이미 착수하고 있다 하니, 전통무예를 지키고자 하는 집념이 놀랍기만 하다.
 그는 항상 무예의 연마는 바로 무한한 자기 수양이요, 나아가서 그러한 과정을 거쳐 터득한 무예는 바로 예술이라 한다. 기격미(技擊美)와 기예미(技藝美)가 조화된 율동미와 자연미는, 강인하면서도 유연한 강유상제(剛柔相濟)의 고매한 묘를 얻게 되어 끝내는 성품을 닦고 덕성을 기르게 되어 인격도야는 물론이요, 민족정신을 배양하는 첩경이라는 주장이다.
 겨레사랑의 민족정신에 입각한 민족무예의 재정립을 위하여 이 저서는 분명 큰 못을 할 것을 믿어 의심치 않으며, 무예인뿐만 아니라 일반인의 수양서로서도 널리 읽혀지기를 바라는 바이다.
 해범의 노고에 거듭 경의를 표하며 다음 저서를 고대하는 마음 간절하다.

                                1995. 10. 沈雨晟(민속학자, 문화재전문위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