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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무예를 어떻게 수련할 것인가?
  글쓴이 : 박청정     날짜 : 09-04-01 15:17     조회 : 6811    

무예를 어떻게 수련할 것인가?

1980년대 초반에 근세조선의 마지막 양심으로 남겨진 《무예도보통지》가 잃어버린 역사의 시공을 넘어서 척박한 한국무예계에 다시 등장하였다. 5백여 년 동안 계속된 이씨조선의 패정(悖政)으로 질곡(桎梏)의 세월을 지나온 것이 하늘의 뜻이라면, 조선의 사법(史法)을 바로잡았다는 이 무예서적이 지금 우리 앞에 전개되어 무예 전반에 대하여 화두를 던지고 있는 것에도 분명 무슨 하늘의 뜻이 있지 않겠는가?

나는 《무예도보통지》로부터 시작된 우리 전통무예계에 본인의 수련경험을 바탕으로 무예를 어떻게 수련할 것이며, 그 영양의 공(功)을 얻으려면 그 유효한 방법은 무엇인가를 후배들을 위하여 제시해 보려고 한다. 무예수련은 결국 무예학문에 있어서 가장 근본적이며 본질적인 문제에 속한다. 그러므로 무예의 수련은 무예 자체의 본질에서 찾아야 할 것이며, 결국 심신(心身)의 수련으로 귀착될 수밖에 없을 것이다.

나는 어려서부터 무예를 좋아하였고, 수련을 통하여 부처를 성취하려는 성불(成佛)의 원(願)이 있었다. 무예로서 공(功)을 이루려고 많은 노력을 하였다고 말할 수 있겠으나 이룬 공(功)은 그다지 크지 않으니 무상한 세월만 돌아보게 된다. 다르게 말하면 노력과 공(功)이 정비례하지 않으니, 이 착오의 함정에 후배들은 빠지지 말고 노력한 만큼 공력(功力)이 자랄 수 있도록 도움말을 주고자 하는 것이다.

수련은 반드시 무엇 때문에 수련한다는 목표가 분명하여야 가는 방향이 있게 된다. 나처럼 성불하기 위해서 한다라든가, 무림의 절대고수가 되기 위해서 한다라든가  등등의 원력이 있어야 한다. 이러한 목표는 반드시 선량(善良)하여야 한다. 여기에서 전개하는 글의 순서는 무예수련의 순서가 아니라 중요성 위주로 말하려고 한다. 우선 무예수련의 요지를 함유하고 있는 ‘武藝’라는 두 글자를 살펴보기로 한다.

무(武)의 글자는 문자 해설이라는 뜻을 가진 《설문해자(說文解字)》란 옥편에 ‘지과위무(止戈爲武)’라고 되어 있다. 이 해설은 군사무예를 말하고 있다. 병과(兵戈) 즉 전쟁을 멈추게 한다는 폭력에 대한 무력(武力)의 명분을 설명한 것이다. 그러나 자세히 보면 정과(正戈)이다. 과(戈)는 고대 초기에 나타난 수렵과 전쟁에 겸용하였던 창이다. 나중에 가지가 있고 긴 극창(戟槍)이나 당파창(鎲鈀槍)으로 발전되어 갔다.

암튼, 정과(正戈)란 정의(正義)의 창이란 의미이다. 무(武)의 글자에 이미 무예수련의 요지를 담고 있다. 정의(正義)! 바로 올바르고 의로운 마음이라야 무예수련의 공(功)이 충실하게 자랄 수 있다. 정수(正修)는 스스로의 도덕을 함양하여 인격의 승화를 위하여 수련하는 것이다. 정(正)의 반대는 사(邪)이다. 세속의 출세를 위하여 명예나 이익을 취할 목적이나 또는 개인의 여러 가지 욕망을 충족하기 위한 목적을 지니고 수련하는 것은 모두 삿된 마음을 가지고 수련하는 것이다. 삿된 목적을 가지고 수련하여도 공(功)을 얻을 수 있으나 매우 한정되어 있다.

예(藝)의 글자는 가장 오래되었다는 《설문해자》에는 나오지 않고 다만 ‘심을 예(埶)’라는 글자에서 후에 예(蓺)의 글자와 함께 분화된 글자이다. 이 예(藝)의 글자는 군사무예에서는 기예가 고도로 정교(精巧)하게 훈련된 것을 의미하고 있으나, 원래 의미는 종자(씨앗)나 식물을 심어서 싹이 튼 모습을 가리킨다. 종자가 싹이 튼 이 여린 모습은 매우 신묘(神妙)하고도 아름답다. 요즘도 흔히 사용하듯이 수련하는 사람은 그 마음이 아름다워야 한다.

이와 같이 ‘무예(武藝)’라는 단어가 암시하는 것은 무예를 수련한 그 공(功)이 우주의 본성에 제약을 받지 않고 잘 자라게 하려면, 반드시 수련하는 사람의 마음이 정념(正念)을 갖춘 정의로운 마음과 아름다운 마음씨를 지녀야 할 것을 요구하고 있다. 무예수련의 요지는 이미 武藝라는 두 글자에 담겨있다고 앞에서 말하였다.

스스로 사람이 마땅히 표준적으로 생각할 수 있는 상도(常道) 또는 도의(道義)에 벗어난 것들은 강하게 배척할 줄 알아야 하고, 명리(名利)를 초개처럼 바라보고 소박(素朴)하고 청담(淸淡)한 마음을 중시하고 동심(童心)으로 충만한 순정(純正)한 본래의 마음부터 찾는 것이 무예를 수련하는 기본적인 자세이다. 이러한 마음을 지닐 때 무예의 공(功)은 편차가 없이 수련한 만큼 잘 자란다. 자신의 마음이 바르고 원력(願力)이 지극하면 지도자가 없어서 배우지 못하는 일은 결코 없으며, 하늘이 맺어주는 새로운 인연을 만나기 마련이다. 이것이 무예수련의 수(修)이다.

실제에 있어서 상극(相剋)의 원리와 엄격한 인과(因果)의 법칙이 작용하는 사람들 사이에서 이러한 승화된 마음을 지니기가 매우 어렵다. 순정하게 승화된 마음은 오랜 수련 기간을 거쳐서 이루어지는 것이기도 하지만, 이는 본래 우리가 잃어버렸던 마음일 뿐이다. 조금만 돌아보아 각성하면 바로 찾을 수 있고, 자신보다 남을 먼저 배려하고 양보하고 인내하는 미덕을 발견하면 바로 도달되는 마음이다. 왜냐하면 이 순정한 마음은 본래 우리가 지니고 있었던 보배였기 때문이다.

武藝라는 글자에서 무예수련인의 마음자세를 말하였고, 다음으로는 직접 연마를 살펴보자. 무예에서 어느 무술을 막론하고 유명한 글귀가 있다. ‘타권불련공(打拳不練功) 도로일장공(到老一場空)’ 이란 말인데, 권법수련을 하고 공(功)을 연마하지 않으면 늙음에 이르러 한바탕 헛것이 된다는 뜻이다. 앞서 논한 공(功)은 공(功)을 얻을 수 있는 심태(心態)를 말한 것이고, 여기에서는 이러한 심태 하에서 연공(煉功)하는 것을 가리킨다. 즉 단전을 중심으로 정미한 에너지를 배양하면서 생명을 기르는 내양공(內養功)이다.

또 하나의 유명한 글귀가 있으니 ‘백련불여일참(百練不如一站)’이란 말인데. 백번 연권(練拳)하는 것이 한번 참공(站功)하는 것만 못하다는 뜻이다. 참공 또는 참장공은 내공을 쌓는 유효한 방법이다. 단련의 근본을 충실하게 한다. 참공은 동공(動功)과 정공(靜功)을 겸비한 공법이지만, 순수한 정공법으로서 정좌(靜坐) 또는 가부좌 수련을 반드시 한 밤에 겸하여 수련하여야 한다. 그래야 기(氣)가 피모(皮毛)나 근육(筋肉)의 차원에서 머무르지 않고 공(功)으로 심어진다.

지금까지 말한 것들을 요약하면, 우선 심태가 똑 발라야 하고, 내공을 중시해야 하는데 참공과 가부좌 수련으로 이를 충실히 할 수 있다고 말하였다. 다음으로 연권에 대해서이다. 권법은 반드시 권리(拳理)가 뚜렷한 권법을 선택하여야 하는데, 사실 두 가지 권법도 많다고 할 수 있다. 《무예도보통지》 〈권법〉부분에서 분명히 명기하였듯이 “그 권법에는 타법(打法), 혈법(穴法), 금법(禁法) 등이 있으나 그 요결은 곧 연(鍊)에 있었다. 연(鍊)이 이미 성숙되면 좌우로 살피고 헤아릴 필요가 없이 손이 맡기는 대로 응하게 되니 종횡과 전후가 모구 다 긍경(肯綮: 要穴)을 만나게 된다” 라고 하였다.

연(鍊)이란 하나의 권법에 숙련되는 것을 말한다. 여러 개의 투로(套路)를 조금씩 다양하게 하는 것보다는 하나의 권법을 시작했으면 100번을 수련하면, 수족(手足)에 힘이 붙는 것을 발견할 수 있을 것이다. 하루에 한 가지 권법을 100번 반복하면 매우 유효하다. 보통 권법을 100번 반복하면 1시간 30분정도가 소요된다.

우리 십팔기 무예인들로 말하면, 가결(歌訣)까지 온전하게 전하고 있는《무예도보통지》의 32세 장권(長拳)을 선택하면 좋을 것이다. 이 권법을 선택하여 수련함에 있어서는 반드시 한문 학습을 하여 한문으로 된 가결을 숙지하여야 할 것이며, 18자결(字訣)도 전하고 있으니 자결에 대한 세심한 학습을 하여야 할 것이다. 즉 기법을 분명히 이해하여야 하고 응용기법까지 알고 수련해야 된다는 의미이다. 전통무예의 학습은 한문 학습이 반드시 따라야 하니 이것이 무예인의 문무겸전이다. 무예수련에서 문(文)이 없으면, 외람되거나 경망스러워지기 쉽다.

다음은 병장기를 운용하는 것으로 병장기는 십팔기만큼 풍부한 무예도 드물 것이다. 도검봉창(刀劍棒槍)의 기본 4종 기예를 익히되 반드시 그 요결은 알아야 한다. 도검(刀劍)의 운용원리는 《무예도보통지》의 〈예도보〉로서 충분하나 봉과 창은 그 원리를 숙지하는데 다른 서적을 참고하여야 할 것이다. 예를 들면 십팔기 장창(長槍)에 관한 결(訣)은 《수비록(手臂錄)》이나 결(訣)이 있는 서적을 참고하여야 하고, 곤봉(棍棒)은 《검경(劍經)》이나 소림곤에 관한 서적을 참고하여 인식의 폭을 넓혀야 한다. 그러나 수련은 십팔기 내에서 하면 충분할 것이다. 병장기 역시 권법과 마찬가지로 여러 가지를 조금씩 수련하지 말고 한 가지를 계속 반복하는 것이 효과가 매우 좋다.

많은 시간들을 허비하고서야 우리 무예수련의 요지를 나름대로 파악한 것이니, 참고하면 좋을 것으로 생각된다. 무예수련에는 특히 기본공(基本功)을 중시하는데 이는 몸풀기와 참공(기본자세), 기초적인 권가(拳架)를 표연하는 담퇴(潭腿) 또는 탄퇴권(彈腿拳), 그리고 수기(手技)와 행보(行步)를 포함하고 있다. 십팔기에서는 보통 단권(單拳)까지를 기본공으로 잡는다.  단권은 세명(勢名)이 있으니 수련에서 알고 주먹을 지르고 발을 찰 수 있을 것이다. 단권을 오래 수련하면 박실(朴實)하여 좋다.

세명(勢名)이 없거나 불분명한 권법은 하고 많은 권법 중에서 선택할 필요가 없다고 본다. 세명은 보통 기법(技法)을 시적(詩的)으로 표현한 고대의 형식과 기법(技法)을 직접 표현한 현대의 형식이 있다. 세명은 곧 그 자세와 동작의 요점을 나타낸 것이므로 이 세명에 부합되도록 노력하여야 한다. 세명을 말하자니 생각나는 것이 있다. 이치를 깨달은 후에는 반드시 지도자가 가르쳐 준 표연에 국한될 필요는 없다. 사람은 사람마다 무예에서 전신(傳神)이 표현되는 것이므로 스스로 사고의 지평을 넓혀서 세명에 부합되면 얼마든지 해석과 표연을 다르게 표출할 수 있다. 무예형태의 발전이 여기에서 나올 수 있는 것이다. 

몸풀기에 너무 많은 시간을 할애할 필요가 없는데, 몸풀기를 충분히 하는 것은 어느 사범이 연세가 많은 분들을 지도할 때 필요한 것이다. 앞에 서술한 참공(站功)은 기본자세로 하는 기본공에 속하는 것이니 역시 기본공이 중요하겠다. 기본자세로 하는 참공은 반드시 그 자세에서 요구하는 규격적인 규범대로 해야 하고 자신의 경험에서 자신의 체형이나 키 등을 감안한 자신에게 알맞은 모범을 발견할 수도 있을 것이다. 참공 수련에서는 자세를 낮추어 아래로 눌리는 자연스런 하중에 따르고 발가락으로 땅을 살짝 움켜쥐고[抓地] 허리위의 상체는 버드나무처럼 낭창하게 방송(放鬆)을 해야 한다. 무예수련에서 자연에 따르고 수련을 즐긴다는 말이 여기에서 통용되는데 경험을 스승으로 삼고 무엇을 기필코 이루려는 억지스런 마음을 버려야 한다. 억지스런 마음은 집착이기 때문이다. 집착을 버려야 공(功)이 자란다.

그 외 단수(單手)나 대타(對打: 약속대련) 또는 산타(散打: 자유대련)는 기격 위주로 수련하는 사람이냐, 아니면 공력(功力) 위주로 수련하는 사람이냐에 따라서 그 중요성을 달리 할 것이다. 공력(功力)이 충실하면 기격은 손발의 장난질에 불과하다는 것을 느낄 것이다. 마지막으로 반드시 알아야 할 사항은 여러 가지 무술을 잡다하게 수련하면 공(功)이 순전(純全)하지 못하고, 잘 자라지 못한다는 것이다. 욕심을 내어서 많은 권파의 무술을 섭렵하면 오히려 대단히 좋지 못하다. 많은 노력과 시간만 허비하게 된다. 이 한 점은 본인이 직접 경험한 것이라 확실히 보증할 수 있다.

또 한 가지는 경공(硬功)의 단련인데, 무예 수련에서 중요한 요소이면서 위험한 요소이기도 하다. 절대 영화에 나오는 목인형(木人形)과 같은 딱딱한 단련대를 사용하여 신체에 상해(傷害)를 입혀가면서까지 주먹이나 발 등의 신체를 단련하지 말아야 한다. 이러한 단련은 삿된 무술에서나 사용하는 가장 저열한 것으로 무슨 수련이라고 할 것이 못되는 것이다. 우선은 동료들 간에 약속대련으로 부딪치는 경공으로 충분할 것이다.

만약 무술의 파괴력으로 경공을 추앙하는 사람이 있다면, 두터운 껍질이 있는 살아 있는 나무(감나무 등)에다 공손히 단련시켜주는데 대하여 감사하는 마음을 기지고, 나무를 횡권(橫拳)으로 빗겨서 치거나(형의권에서는 손바닥이 위를 향하게 하여 옆으로 빗겨 치는 것을 횡권이라고 하는데 이러한 횡권을 쳐보아도 좋다) , 권격(捲擊)으로 말아 치고, 조권(措拳)으로 앞으로 횡권으로 밀어내어 치거나 단타로 다양한 주법(肘法)을 쳐 보거나, 발로서도 다양하게 해 보는데 절대 무리함이 없어야 한다. 반드시 피멍이 들도록 해서는 안 된다. 은근한 자극이면 족할 것이며 매일 이렇게 단련한다면 저항력과 대항력이 월등할 것이다.   

사람의 몸은 누구나 모두 옥체(玉體)이다. 옥(玉)을 다루어 연성하는 데에는 정밀하고 세심한 관찰과 주의를 요한다. 내가 옥(玉)이라면 우리 주변의 생명 모두가 옥(玉)이다.  정정당당하게 수련하되 겸허한 마음으로 인연된 사람들을 섬기며, 내가 존립할 수 있었던 터전을 마련해준 우주와 신불(神佛)에게 감사한 마음을 지녀야 대성(大成)할 것이다. 사람의 도덕이 얼마나 타락하였는지 조차도 모르는 오늘날의 사회에서 무예를 수련하는 사람은 이들의 모범이 되고 빛이 되어야 할 것이다. 십팔기 무예를 수련하는 나의 후배들 뿐만 아니라 무예를 사랑하는 무림 동도(同徒)들의 무궁한 발전을 진정, 바라노라!