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대한십팔기협회 :::


   
  무예기공학(武藝氣功學)과 의학(醫學)
  글쓴이 : 박청정     날짜 : 08-11-14 20:58     조회 : 7943    

무예기공학(武藝氣功學)과 의학(醫學)
오로칠상(五勞七傷)과 육극(六極)
2008-11-13 13:21:52 
 
◇ 박청정, 전통무예연구가 
송나라 사숭(史崧)이 《내경(內經)》의〈영추(靈樞)〉를 교정하여서 쓴 서(敍)에 “사람의 자식으로서 의서를 읽지 않는 것은 불효보다 심하다” 라고 하였으니, 학문하는 사람이 필수적으로 갖추어야 하는 과목이 바로 의학(醫學)이리라! 동방의 의학을 중국은 중의(中醫)라고 하고 우리나라는 허준 선생이 일찍이 동의(東醫)라고 규정하였음에도 한의(漢醫)와 한의(韓醫)를 사람에 따라 혼용하고 있다.

혹자는 지역에 따라 치료방법이 다르기 때문에 중의와 한의를 구분하여야 한다고 말하고, 도교나 선가 또는 도가나 불교 등의 종교에서 체계를 세운 각각의 종교의학의 지엽이 있기도 하지만, 그 원리가 태극(太極)과 음양오행론(陰陽五行論), 역(易)에 근거한 수리론(數理論), 기상환경과 관련된 오운육기론(五運六氣論)을 근간으로 하는 동일한 원리에 근원하고 있기 때문에 모두가 동방의학의 범주에 속할 뿐이다.

이러한 동방의학은 《동의보감》과 《내경》에서 “상고시대 성인의 가르침이다[上古聖人之敎下也]”라고 하였고, 《한서》의 〈예문지〉에서는 의경(醫經)과 경방(經方), 방중(房中)과 신선(神仙)을 방기략(方技略)에 나란히 나열하고 있으니 신선방기(神仙方伎)에서 유래된 학문이라고 할 수 있겠다. 의학에서 무병(無病)과 양생(養生), 연년익수(延年益壽)하려는 목표는 신선가에서 신기(神氣)를 연단하여 장생불사(長生不死)하려는 목표와 결국 동일한 것이다.

병 고칠 의(醫)라는 글자를 분석하여 보면, 경혈지압과 화살을 가리키는 의(医)의 글자, 창이나 침술을 암시하고 있는 수(殳)의 글자, 술통과 연금술을 나타내는 유(酉)의 글자로 파자된다. 따라서 의(醫)의 글자 의미는 지압(마사지)이나 침술 또는 연금술의 걸작인 술이나 탕액 등으로 질병을 다스리는 치료법을 상징하고 있다. 본래 도(道)를 사람의 인체에서 영대(靈臺)라고 하는 머리에 가정한다면, 학(學)이란 그 머리에 붙어 있는 머리털과 같은 것이라 천하의 학문은 당연히 모두 연관성을 가지고 있기 마련이지만, 무예나 기공의 학문에서 의학 수업은 피할 수 없는 필수과목이 되는 것이다.

인체에 흐르는 에너지인 정기신(精氣神)을 논하는 학문이기 때문이기도 하거니와 의료에서의 질병의 진단과 침구치료에서 필수로 이해하여야 하는 경락과 경혈은 무예와 기공의 수련에서는 내경(內勁)의 통로로서 운기(運氣)와 점혈(點穴)에서 명료하게 이해하고 있어야 하는 지식이다. 또한 인체의 발전기에 해당하는 오장육부(五臟六腑)에 관한 장부장상학(臟腑臟象學)은 무예와 기공의 내공수련에서 필수적으로 밝게 알아야 하는 내용이며, 임맥과 독맥을 비롯한 기경팔맥(奇經八脈)과 십이정경(十二正經), 근육과 골격에 관한 내용은 본래 그 자체가 고대에는 무예 학문에 속하는 영역이었다.

인간의 심신을 계발하여 선인(仙人)이 되는 상승의 학문이 인체의 질병을 치료하기 위한 하승학문으로 내려간 것에 불과한 것이다. 다시 말하여 의학을 ‘상고시대 성인의 하교(下敎)’ 라고 하였듯이 의학의 핵심에 해당하는 정기신론(精氣神論)과 경락경혈론(經絡經穴論), 그리고 장부론(臟腑論) 등은 본래 무예와 도가(道家) 학문의 경계에 있었던 분야였다.

뿐만이 아니라 무예의 공부에는 반드시 약초를 이용한 보약(補藥)으로 내공(內功) 또는 기력(氣力)을 높이고, 무예단련에서나 격투에서 신체가 손상된 곳을 치유하기 위하여 반드시 숙지하였던 내용이 용약법(用藥法)에 관한 본초(本草)였다. 그래서 무술의 고전에는 반드시 연정화기(煉精化氣), 연기화신(煉氣化神), 연신환허(煉神還虛), 허심합도(虛心合道)하는 도리와 경락과 경혈, 장부론을 포함하고 있고, 뒤에 부록으로 본초(本草)와 방약(方藥)에 대한 경험이 기록되어 있는 것이다.

오늘날 군대에 군의관이 있고 의료부대가 갖추어져 있듯이, 과거 군사무예 역시 전투에서 부상한 군인을 치료하기 위하여 군사의료가 반드시 있었고, 특히 병장기 손상에 의한 파상풍을 방지하기 위한 침구법(針灸法)은 필수였다. 개인의 무공(武功)을 증강하는 중원의 소림이나 무당의 고전에도 약공(藥功)과 상처와 골절을 치유하는 용약법과 침구(鍼灸) 등에 관한 기록이 있다. 전통적으로 쑥뜸만 전하고 침법이 없었던 일본은 임진왜란을 통해 조선 승병들로부터 침법을 배워갔다.

우리나라 도가 기공의 지침서인 《용호비결》을 비롯해 의학과 기공의 경계에 있는 《수양총서유집》이나 《활인심방》등의 고전에도 식이(食餌)나 약이(藥餌)로 섭생하는 방약이 기록되어 있으며, 동방권에서 최고의 권위를 가지고 있는 우리나라 의학서인《동의보감》도 기공학에서는 기공학의 서적으로 분류하고 있다.

이처럼 무예와 기공과 의학은 인간 신체를 중심으로 하는 하나의 부류에 속한 학문이며, 매우 밀접한 성격의 관계를 가지고 있다. 무예나 기공에 관한 이해가 부족한 우리나라 사람들에게는 이 당연한 사실이 조금 생소할지는 몰라도 지금부터라도 올바른 무학과 기공학의 발전하기 위해서는 무학과 기공학의 온전한 모습을 재설정하여야 할 것이다. 우리나라에서 본초(本草)에 관한 가장 오래된 고사로는 아마 《삼국유사》에 기록된 단군개국의 설화일 것이다.

이 설화에서 병을 주관한다는 주병(主病)과 신령한 쑥 한 묶음(靈艾一炷)과 마늘 20줄기(蒜二十枚)로 양신탈환(養身脫換)하는 우리 겨레의 태고 정신을 볼 수 있으며, 의학이 ‘상고시대 성인의 가르침이다’ 라는 설의 일면을 볼 수 있다. 학술과 기예가 분화되어 오는 과정에서 무예와 의학은 그 분야를 달리하는 것처럼 여겨지게 되었고, 그 달리하는 인식 속에서 무예의 핵심적인 내학(內學)이 의학으로 떨어져 나감에 따라 무예가 의학의 이론을 차용하는 것처럼 잘못 인식하기에 이른 것이다.

이 잘못된 인식으로 의학은 정통학문으로서 오늘날 학제에 편입되어 있으나, 무학과 기공학은 단지 고학(古學)으로만 치부되어 학문 자체의 수준이 저열하게 되었다. 지금의 관점으로 보건데, 무예와 기공은 사전 예방의학으로서 미병학(未病學)이며, 의학은 사후 질병치료를 위한 기병학(旣病學)으로 길이 나뉘어진 것이다. 미병과 기병의 관점에서는 무예나 기공이 상위의 개념이고, 의학이 하위의 개념이 된다. 이 말은 오늘날 체육학자들이 무예를 체육의 하위개념으로 파악하듯이 하나의 관점일 뿐이다. 그렇지만 원천적으로는 무예가 체육의 상위일 수밖에 없다. 인간 신체를 통찰한 체계의 위치가 그러하다는 것이다.

질병이 든 몸을 정상의 몸으로 회복시키는 치료법은 정상의 신체를 더욱 강건하게 만드는 무예 기공법보다 오히려 더 세밀하여야 하고 질병이 다양한 만큼 학술이 더 다양하고 어려운 방법일 수 있다. 이러한 미병학과 기병학의 사이에는 쌍방이 통행하는 경계가 없기도 하지만 엄연한 경계가 존재하기도 한다. 예를 들면, 무예기공학은 신체의 에너지를 정기신(精氣神)의 삼자로 나뉘어 설명하지만, 의학에서는 보통 기혈(氣血)의 두 가지로 나뉘어 판별한다.

정(精)과 혈(血)은 에너지 차원에서 큰 차이가 없다고 하지만, 신(神)의 개념은 의학에서는 특별한 경우에만 사용하고 있다. 침구에서 신(神)을 관찰한다든가 신의(神醫) 등의 개념이 있다. 물론 《동의보감》은 도가의 의서이므로 정기신을 논하여 동방에서 가장 우수한 의서로 인식되고 있다. 실로 《동의보감》〈내경편(內景篇)〉의 ‘신형(身形)’은 의학서의 내용이라기보다 모두 도가서(道家書)에서 채록된 것이다.

또한 《내경》의 〈소문(素問) ․ 이법방의론편(異法方宜論篇)〉에 나오는 ‘도인안교(導引按蹻)’는 기공이면서도 의료방법이기도 하다. 그래서 의가에서는 이 둘의 기능을 접목하여 기공료법(氣功療法)이라고 한다. 본초의 탕제에 있어서도 무예기공학에서 필요로 하는 것은 신체의 기능을 높이는 보약(補藥)을 위주로 구성되어 있고, 의료에서는 치료를 위주로 하는 탕제로 구성되어 있다.

그러나 무예기공에서도 단련이나 격투에서 부상한 신체 기능을 치료하기 위하여 치료탕제를 쓰기도 하고, 의료에서의 보약을 쓰기도 한다. 이러한 이유로 경계가 있기도 하지만 없기도 하다고 표현한 것이다. 침구에 있어서도 단전과 기혈(氣穴)을 강화하고 소통시켜 특별한 무예의 공력을 얻기 위한 침구가 필요하기도 하지만, 보사(補瀉)를 통하여 치료를 위한 침구가 되기도 한다.

또 하나의 예를 들면, 고대 기공의 한 방법인 팔단금(八段錦)에는 ‘오로칠상왕후초(五勞七傷往後瞧)’라는 기법이 있다. 오로칠상을 다스리기 위해서 뒤로 돌아보며 신체를 호흡과 함께 비트는 기법이지만, 팔단금 전체의 8가지 기법이 오장의 허손(虛損)과 허로(虛勞)를 다스리기 위해서 짜여진 기공법이다. 따라서 오로칠상(五勞七傷)은 기공학의 용어인 동시에 의학의 용어이기도 하다. 이와 함께 육극(六極)이란 용어가 있으니 의서에서 그 개념을 찾아 자상히 설명해 보고자 한다.

신체의 질병은 보통 허약한 가운데 침투하고, 무예기공학에서 가장 중요시하는 개념 중의 하나이기 때문이다. 오로칠상은 오로(五勞)와 칠상(七傷)을 합쳐서 부르는 말이다.
오로(五勞)에 대하여는 몇 가지 설이 있는데, 첫째는 오장(五臟)의 허손(虛損)을 가리킨다. 《증치요결(證治要訣)》에는 “오로(五勞)는 오장(五臟)의 피로(疲勞)이다[五勞者, 五臟之勞也]”라고 하였고, 폐로(肺勞) ․ 간로(肝勞) ․ 심로(心勞) ․ 비로(脾勞) ․ 신로(腎勞)라고 하였다.

우리나라의 《동의보감》과 명나라에서 편찬된 《의학강목》에서는 더 자세히 밝혀 주고 있다. “무엇을 오로라고 하는가? 심로(心勞)는 혈(血)이 손상(損傷)된 것이고, 간로(肝勞)는 신(神)이 손상된 것이며, 비로(脾勞)는 음식에 손상된 것이고, 폐로(肺勞)는 기(氣)가 손상된 것이며, 신로(腎勞)는 정(精)이 손상된 것이다[何謂五勞? 心勞血損, 肝勞神損, 脾勞食損, 肺勞氣損), 腎勞精損]” 라고 하였다. 따라서 오로(五勞)는 심간비폐신(心肝脾肺腎)의 오장(五臟)이 피로하고 손상되어서 생기는 질병인 것이다.

둘째는 5종류의 정지(情志)가 과로(過勞)한 것을 가리킨다. 《제병원후론(諸病源候論)》과 《천금요방》에는 “지로(志勞) ․ 사로(思勞) ․ 심로(心勞) ․ 우로(憂勞) ․ 수로(瘦勞)”라고 하였으니, 마음의 노고(勞苦)와 안일(安逸)이 적절하지 못하여서 생기는 다섯 종류의 손상을 말한다. 노고와 안일이 적절하지 못하면 기혈(氣血)과 근육의 활동이 조화를 잃어서 질병을 야기하게 된다는 것이다.

세 번째는 《내경(內經)》의 〈소문(素問) ․ 선명오기편(宣明五氣篇)〉에 나오는 오로소상(五勞所傷)의 설이다. “오래 보면 혈(血)을 상(傷)하게 되고, 오래 누워있으면 기(氣)를 상하게 되며, 오래 앉아 있으면 육(肉)을 상하게 되며, 오래 서 있으면 골(骨)을 상하게 되며, 오래 걸어다니면 근(筋)을 상하게 되니, 이것을 오로소상(五勞所傷)이라고 한다[久視傷血, 久臥傷氣, 久坐傷肉, 久立傷骨, 久行傷筋, 是謂五勞所傷]”라고 하였는데 무예서적에 자주 등장하는 내용이기도 하다.

칠상(七傷)은 피로에 의해서 7가지가 손상되어 병의 원인이 되는 것이다. 칠상에 대해서도 몇 가지 설이 있는데, 《제병원후론》에서는 ‘남자의 신기(腎氣)가 허약하여 생기는 7가지의 증상’을 가리키고 있다. 음경(陰莖)과 음낭(陰囊)이 찬 음한(陰寒), 음경이 시드는 음위(陰萎), 이질(痢疾)의 증상으로 대변을 하려고 할 때 기다릴 수 없는 이급(裏急), 정(精)이 굳지 못하고 새는 정루(精漏) 또는 정연연(精連連), 정액이 적고 음낭 아래가 축축한 정소(精少)와 음하습(陰下濕), 정액이 맑은 정청(精淸), 소변하기가 힘들고 자주하는데 시원하게 다 누지 못하는 소변고삭(小便苦數)을 나열하고 있다.

《천금요방》에도 이와 비슷한 설명이 있다. 몸에 허손증(虛損證)이 생기게 하는 7가지 원인을 말하기도 하는데, 지나치게 먹으면 비(脾)가 상하고, 몹시 성을 내면 기역(氣逆)하여 간(肝)이 상하고, 억지로 힘으로 쓰서 무거운 것을 들거나, 습지(濕地)에 오래 앉아 있으면 신(腎)이 상하고, 찬 기운을 받거나 찬 것을 마시면 폐(肺)가 상하고, 지나치게 근심하고 생각하면 심(心)이 상하고, 바람과 비와 춥고 더위를 받으면 형체(形體)가 상하고, 몹시 두려워하여 조절하지 못하면 지(志)를 상한다는 것이다.

칠상은 또한 타박(打撲)을 입거나 좌절(挫切)되어서 피부근육(皮膚筋肉)이나 골격에 상처를 입는 것을 지칭하기도 하고, 기후 변화를 가리키는 풍한서습조화(風寒暑濕燥火)라는 육음(六淫)의 외사(外邪)로부터 신체를 손상하게 되는 것도 가리키기도 한다. 예를 들어 상풍(傷風), 상한(傷寒), 상서(傷暑), 상습(傷濕) 등도 칠상이라고 한다. 무예기공학에서 오로칠상이라고 할 때는 일반적으로 모두 첫 번째 설을 가리키고 있다.

육극(六極)은 허로(虛勞)가 극도에 이른 6가지 증상을 말한다. 혈극(血極)은 머리카락이 빠지고 건망(健忘)하며, 근극(筋極)은 근육(筋肉)이 경련(痙攣)하게 된다. 육극(肉極)은 기(肌)에 탄력(彈力)이 없어지고 시들며 누렇게 뜨며, 기극(氣極)은 호흡이 단촉(短促)되고 급한 기침을 하게 된다. 골극(骨極)은 이(齒)가 부실하고 다리가 시드며, 정극(精極)은 눈이 안보이고 귀가 멀어지게 된다는 것이다.

필자는 오래전에 친구가 운영하는 한의원에 가서 한의원의 한 곳에 비치된 《경악전서(景岳全書)》제1권 〈의론〉을 펼쳐 보았는데, 그 첫 구절이 “의(醫)라는 것은 마음이다[醫者 心也]”라고 시작되는 글을 읽은 적이 있다. 《동의보감》에서는 “칠정(七情)은 모두 하나의 마음에서 생기며, 칠기(七氣)는 모두 하나의 기(氣)에 속한다” 라고 하였으니, 질병이 생겨나는 것도, 질병을 치유하는 것도, 결국은 마음이 좌우하는 바가 크다는 것이요, 정기를 보전하여 건강과 장수를 누리는 것도, 정기를 낭비하여 질병으로 고생하거나 요절하는 것도, 결국은 자기 자신의 마음에서 좌우되는 바가 크다는 의미일 것이다.

나아가 질병을 털고 활기를 찾으려는 환자의 강렬한 의지(意志)나 그 질병을 판단하여 치유하는 의사도 마음에 집중하고 환자의 마음부터 다스려야 한다는 것 모두를 상징하고 있으리라! 건강이란 인생에서 무엇보다도 소중한 것임을 대부분의 사람들은 이미 알고 있고, 건강을 유지한다는 것은 알고 보면 그리 어려운 일도 아니라고 본다. 인생은 생로병사(生老病死)의 과정을 당연히 지난다는 인식과 질병이란 인생에서 피할 수 없는 숙명이란 사고는 반드시 재고할 필요가 있다. 인체가 정교하지만 당연히 병들어야 하는 그런 나약한 시스템은 아니며, 슬기로운 단련 방법과 섭생을 통하여 얼마든지 강인한 신체를 유지할 수 있기 때문이다.

건강에 관한 고급 지식이 폭발하는 시대로서 오늘과 같은 시절도 드물 것이다. 그러나 이 시대에 사람들은 그 지식과 정보가 너무나 범람하여 어지럽게만 생각되고, 참다운 건강법이 가장 가까운 곳에 늘려 있지만 알아채는 지혜가 없고, 병원만이 성황을 이루니 참으로 이해하기 어렵다. 이미 질병이 몸이 들면 치유하는데 경제적인 손실과 정신적 그리고 시간적인 소모가 막심하고, 치유를 한다고 하여도 그 후유증은 남아 있기 마련이고 완전한 원상회복은 불가한 것이다.

필자가 늘 강조하는 말은, 인생에서 몸이 없으면 인생 자체가 있을 수 없으며, 병든 몸은 활기가 없어 행복하지 못하다. 정기(精氣)가 충만한 신체를 지녀야 인생의 지복(至福)을 느낄 수 있으며, 정기가 충만한 신체는 약간의 노력만으로도 충분히 가능하다는 것이다. 그리고 무예기공의 수련이 필요한 사람은 신체가 새것인 청소년들보다는 오히려 중장년층의 사람들에게 반드시 필요한 것이라고 강조하고, 성인의 평생교육으로서 최상의 과목이라고 말하여 왔다.

필자는 안타까운 마음에서 어느 훌륭한 대통령이 나와서 국립으로 무예기공을 전공으로 하는 대학을 전국의 명소마다 설립하여 최고의 인재를 선발하여 무예기공의 인재를 대대적으로 양성하여 국민들의 보건(保健)을 최우선시하고, 문화대국으로 가는 정책을 펴는 소망을 가지고 있다. 이 소망의 의미는 기병 중심의 의료정책보다는 미병 중심의 의료정책을 펴야 한다는 것이다. 이 소망은 나만의 소망이 될 수 없으며, 어느 누군가는 이루어야 할 것으로 생각한다. 사람의 삶에서 심신이 맑고 강건한 것만큼 소중한 것이 없으며, 천하의 왕통을 기록한 《서경》의 글을 빌리면, 국민들을 잘 먹이고 국민들의 심신을 건강하게 돌보는 것이 정치의 요체라고 하였다.

우리나라에서 전통적으로 가장 이상적인 인간상(人間像)은 유가의 군자(君子)도 아니고, 불가의 부처도 아니고, 선가의 신선이나 진인(眞人)도 아니고 단지 ‘선비’라고 한다. 유불선의 학문을 하거나 정치를 하거나 어느 기술에 정밀하거나 도의를 갖춘 사람을 모두 선비라고 하였다. 우리의 옛 선비들은 모두 그들만의 건강법을 지니고 있었으니, 그것이 무예이며 기공이며 도인법이며 체조였던 것이다. 그러나 그 체조는 단순한 체조가 아니라 정신과학에서 도출된 신체단련법이다.

요즘 사람들은 무예나 기공하면 중국이 종주국인줄 알고 있지만 실상은 그렇지가 않다. 생각의 각도를 바꾸어 보면, 최소한 삼국시대만 하더라도 중원까지 우리 선조들의 활동무대였음은 고구려와 대진국(발해)의 역사가 증명하고 있지 않은가! 오늘날 중국의 무술과 기공이란 우리 선조들이 남겨 놓은 신체문화의 발자취요, 흔적에 다름 아니다.

동이 오령수(五靈獸)가 오금희나 육금희로 변화되어 간 것이며, 천축의 달마조사가 최상승의 법을 구하려고 동방에 왔을 때는 AD 495년으로 그 때가 바로 고구려가 중원의 주인으로 있을 때였다. 달마조사가 남겼다는 역근경과 세수경은 고구려인들의 수련법이었을 뿐이다. 오늘날 태극권의 시조라고 하는 장삼봉(張三峰)은 고려 사람이며, 태극권이 성립된 고권보(古拳譜)가 지금 우리의 《무예도보통지》에 실려 있는 32세 권법보이다.

이러한 사실을 증명하기 위해서는 앞으로 기실 많은 학술자료를 요하는 것이지만, 여기서 강조하는 이유는 우수한 무예나 기공의 기법을 우리의 문화유산임을 인식하고, 기쁜 마음으로 받아 들여서 수련하라고 권고하기 위해서이다. 현재까지 우리의 전통무예로서 전해오는 《무예도보통지》의 십팔기(十八技) 무예만 하여도 신체를 단련하는 가장 우수한 방법인 것이다.

오늘의 동방의학은 무예기공학을 학습할 때, 그 수준을 높이고 고급의료기술을 습득하여 자연치유력을 최대한 활용할 수 있을 것이며, 무예기공학에서는 의학에 쓰며 들어간 본래 무학을 되찾아 학습의 과목으로 삼을 때, 무예기공학이 더욱 정교해지고 풍부한 학문으로 발전할 수 있을 것이다. 무예기공학과 도가학문 그리고 의학의 관계에서 국민들의 보건과 생명과 건강이라는 학문의 본질을 바라보아야 하겠고, 학문의 영역을 따지는 소시아적으로 바라보아서는 아니 될 것이다.

아울러 우리는 오늘날 옛 사람들의 지혜의 보고를 얼마나 열어서 활용하고 있으며, 식자(識者)로서의 책임을 다하고 있는가에 대하여도 반성해 보아야 할 것이다. 이러한 반성의 자세에 이르면,《중용》에 나오는 글귀로서 퇴계 선생께서 강조한 학문의 5원칙을 상기하게 된다. 널리 배우는 박학(博學)이요, 깊이 묻는 심문(審問)이요, 가까이 생각하여 돌아보는 근사(近思)요, 밝게 분별하는 명변(明辨)이요, 독실하게 배움을 행하는 독행(篤行)이라 하였으니 다 함께 새겨보았으면 좋겠다.

십팔기홈페이지 바로가기 www.sippalki.com
 
[박청정 전통무예연구가]
 박청정 전통무예연구가의 다른 기사 보기
 
이 기사에 대한 소유권 및 저작권은 (주)이비뉴스에 있으며 무단전재, 변형, 무단배포를 금합니다.
이를 어길 경우 법적 조치를 받을 수 있음을 알려드립니다.


신성대   08-11-14 22:17
우리나라 민속학의 선구자이신 이능화 선생의 <조선신사지(朝鮮神事誌)>를 읽다보니, <<위서(魏書)>>에서 이르기를,  옛날 부여, 고구려에 인접해 있던 오환(烏丸)이란 동이국에서는 .....

  "병이 들면 쑥뜸질을 하고, 혹은 돌을 달궈 몸을 덥히고, 달군 땅 위에 눕고, 혹 병들어 아픈 곳에 칼로 찔러 피를 내고.... "

라는 글이 나옵니다. 쑥뜸이 동이족들의 오랜 치료법이었던 같습니다.
<오로칠상> <육극>은 수양인이면 가장 먼저 염두에 둬야 할 생활지침이지요.
수양인들에겐 더할 수 없이 귀한 가르침입니다.
부디 좋은 글 계속 많이 올려주십시오.
박금수   08-11-25 06:33
좋은 글 잘 읽었습니다. 앞으로의 우리무예가 나아가야 할 길이 한층 분명하고 밝게 비추어집니다.